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언론보도

[신문기사]"주변시세 반값에 분양하라니…" 강남 재건축 부글부글



정부의 분양가 상한제 추진에 시행사·조합들 진퇴양난
 
정부가 민간 아파트까지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겠다는 의지를 밝히면서 주택 건설·시행사들이 큰 혼란에 빠져들고 있다. 분양가 상한제가 실제 실시되고, 상한제 적용 대상이 될 경우, 계획했던 분양가보다 낮은 값에 분양해야 해 사업성이 크게 떨어지기 때문이다. 서울 재건축 아파트 조합원들도 비슷한 고민에 빠지고 있다.
 
지난해 11월 서울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철거 현장의 모습.
지난해 11월 서울 개포주공 4단지 아파트 철거 현장의 모습. 재건축을 통해 '개포그랑자이'로 새롭게 탄생하는 이 아파트는 올해 10월쯤 일반 분양을 할 예정이다.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언제부터 확대 적용하느냐에 따라 상한제 대상이 될 수도 있는 상황이다. /오종찬 기자
최근 시행사들은 주택도시보증공사(HUG)의 분양가 통제를 피하는 데 골머리를 앓고 있었다. HUG는 서울 새 아파트 분양가가 최근 분양가나 주변 시세에 비해 일정 수준 이상 높은 경우 대출 보증을 서 주지 않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규제했기 때문이다. 이를 피하기 위해 일부 재건축 단지들은 자체적으로 사업비를 조달하고 아파트를 다 지은 후 높은 값에 분양하는 '후(後)분양'을 검토해왔다. 하지만 정부가 분양가 상한제를 통해 후분양 아파트 분양가까지 통제하겠다는 의사를
밝히자 진퇴양난에 빠지게 됐다.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당장 새 아파트 분양가가 떨어질 수 있겠지만, 사업이 위축되고 공급이 줄어 장기적으로 아파트 가격 상승을 부채질하는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는 우려가 커지고 있다.

상한제 적용 시 서울 분양가 25% 낮아져
 
분양가 상한제 기준 어떻게 바뀌나
분양가 상한제는 건축 원가와 사업자의 적정 이윤을 더해서 분양가를 계산한다. 직전 분양가나 주변 시세를 기준으로 상대평가하는 HUG의 분양가 기준과 달리 절대평가다. 특히 토지비가 시세의 80~90% 수준인
'감정평가액'이라서 사업자 입장에서는 매입 금액보다 낮게 평가받을 수도 있다.

2007년 정부가 처음 상한제를 도입하면서 분양가에 미치는 영향을 모의실험(시뮬레이션)한 결과, 전국은
평균 20%, 서울은 25%가량 떨어지는 것으로 나타났다. 최근 분양한 강남구 일원동 디에이치 포레센트에
이 기준을 적용하면 분양가가 3.3㎡당 4569만원에서 3426만원으로 낮아진다. 주변 시세(3.3㎡당 6500만
~7000만원)의 절반 수준이다.

분양가가 낮아지면 재건축 조합원들의 부담이 늘어난다. 2014년 이명훈 한양대 교수가 조합원 410가구,
일반 분양 250가구인 서울 재건축 아파트 단지를 분석한 결과, 분양가 상한제를 적용하면 조합원들의 분담금이 1인당 평균 1500만원(17%) 늘어나는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 건설사의 분양 담당자는 "분양가 상한제의 기준이 되는 토지비나 건축비 모두 최소 수준이기 때문에 고급 아파트는 짓기 어려워진다"며 "요즘은 주택 품질도 혁신의 대상인데, 상한제가 적용되면 하향 평준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반값 분양 나올까

분양가 상한제가 도입되면 개포주공4단지, 둔촌주공, 잠실 진주아파트 등 올해나 내년 중 일반 분양을 준비하고 있는 서울 강남권 재건축 아파트가 모두 대상이 될 전망이다. 현행법상 관리처분인가 신청을 마친 재건축·재개발 아파트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대상이 아니지만 정부는 법 개정을 통해서라도 이들을 대상에
포함시킨다는 입장이다. 국토부 고위 관계자는 "어디는 적용되고 어디는 빠진다면 제도의 취지와 맞지 않는다"고 했다.

업계에서는 분양가 상한제 적용 후에도 굳이 분양한다면 선(先)분양이 더 이익일 것으로 보고 있다. 분양 보증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부동산 정보업체 
리얼모빌리티가 HUG 기준에 따라 추정한 잠실 진주아파트의 분양가는 3.3㎡당 2995만원 정도다. 하지만 주변 신축 아파트들의 시세는 3.3㎡당 5000만원
안팎이다.

잠실 L공인중개사무소 관계자는 "평당 3000만원도 안 되는 값에 분양해야 한다면 조합원들이 찬성하지 않을 것"이라고 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분양가 상한제의 효과보다 부작용을 걱정하는 목소리가 더 크다. 두성규 건설산업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은 "분양가 상한제가 시행되면 극소수 '로또 청약'이 나올 수 있겠지만, 대다수 조합이나 건설사는 위축될 것"이라며 "공급이 줄고 주택 가격은 더 오를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심교언 건국대 교수는 "상대적으로 여유가 있는 강남에서는 분양을 최대한 미루는 반면 강북에서는 최대한 건축 원가를 아끼는 방식으로 분양가를 낮출 것"이라며 "강남과 강북의
양극화가 더 심해질 수 있다"고 했다.

주민들의 재산권 침해 논란도 일어날 수 있다. 분양가 상한제 도입을 검토하겠다는 발표가 나온 뒤 인터넷 부동산 커뮤니티를 중심으로 "소급 적용은 재산권
침해"라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 정충진 법무법인 열린 변호사는 "최근 재건축 조합들의 불만이 최고조에 달하고 있다"며 "분양가 상한제가 급진적으로 시행될
경우 조합들이 정부를 상대로 위헌소송을 제기할 가능성도 있다"고 말했다.

조선일보 (정순우 기자 / 2019.07.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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